[천자칼럼] 월드컵 우승 vs 아르헨티나 정치

입력 2022-12-19 17:48   수정 2022-12-20 00:31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발끝에서 나온 전반전 첫 득점, 2-0으로 끌려가다 후반 들어 1분여 사이에 터진 ‘신성(新星)’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의 두 골, 그리고 연장전 후반에 나란히 한 골씩 주고받은 끝에 펼쳐진 승부차기까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있을까. 어제 새벽 펼쳐진 카타르월드컵 아르헨티나-프랑스 결승전 이야기다. 메시는 우승컵과 함께 ‘골든볼’을 품에 안았고, 결승전 해트트릭을 기록한 음바페는 득점왕에 올랐다.

언제나 우승 후보로 꼽혔던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36년 만이다. 그만큼 한이 깊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피파랭킹 5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패까지 당했다. 그럼에도 이후 우승까지 무패 행진을 벌인 여러 이유가 있다는 게 세계 축구계의 평가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44)의 자율적·실리적인 축구, 디에고 마라도나에 비해 소심하고 열정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던 메시의 변신과 선수들 간 친밀한 관계, 예전과 달리 경기 내내 강한 압박과 빈틈없는 패싱 플레이를 구사한 조직력과 팀워크,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목표(골)에 집중하는 지향성…. 이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원맨팀(one-man team)이라는 오명을 벗고 원팀(one team)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국격은 축구 실력만큼 높지 않다. 한참 뒤처진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은 이런 축구대표팀으로부터 배우라고 충고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올해 기록적인 가뭄과 10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로 고통받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모두 혼란스러운 가운데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자유주의 성향의 대통령과 좌파 성향 부통령은 몇 달째 대화도 나누지 않을 만큼 분열상이 심각하다. 포퓰리즘 위주의 정책을 펴온 좌파 정치인들은 민간기업을 적대시하고, 12개의 환율과 다수의 가격 및 통화가 통용될 정도로 경제정책은 아마추어적이다. 월드컵 우승이라는 경사에도 해외 언론들로부터 조롱받는 아르헨티나 정치가 처연하다. 우리 정치권은 과연 어떨지….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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